[김상회의 풍경소리] 설 명절엔 가족과 마음을 주고받자

설이나 추석을 흔히들 민족의 명절이라고 한다. 그만큼 설과 추석은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즐거운 명절이다. 그런데 요즘은 명절이 아니라 명절 덕분에 쉬는 연휴가 되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명절연휴가 되면 공항은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연휴를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몰린다. 국내 여행지 곳곳에도 사람들이 몰리기는 마찬가지다. 관광지 콘도로 놀러가서 그곳에서 제사를 지낸지도 오래 됐다. 이번 설에도 그런 모습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그러니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절은 사람들이 특히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이고 만나는 날이다. 잠깐이나마 서로 부대끼면서 얽히고설켜보는 날이다. 가족의 정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되살아나고 쌓여가는 것이다. 역(易)의 많은 부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서로 섞이고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음양의 이치가 우선 그렇다. 음양은 세상의 모든 것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다. 천지 만물을 만들어내는 상반되는 두 가지 기운이 바로 음양이다. 음양은 이렇게 대립하지만 결국은 하나로 통일되려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상반되고 다른 것이 서로 섞이면서 가장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 낸다. 운세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의 운세가 항상 좋거나 항상 나쁜 어느 하나만의 운세로 이뤄질 수는 없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좋은 운세가 기운을 펴는 때가 있으면 나쁜 운세가 힘을 얻을 때도 있다. 두 가지가 서로 섞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이뤄진다. 그래서 사람의 일은 풀리기도 하고 꼬이기도 하면서 이어지는 것이다. 역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세상은 이렇게 섞이고 주고받으며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요즘의 가족은 서로 주고받으며 섞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도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가족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 세상을 이루는 토대가 되는 가장 작은 구성체이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집에서 자고 같이 자라는 경험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가족인 것이다. 그런 가족이 요즘은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로 서로 얼굴도 맞대지 못하고 살아간다. 전화통화를 하는 일도 드물다. 업무관계로 남들과는 자주 통화를 하지만 정작 가족들과 통화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찌 보면 남남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말은 아니다.

명절은 그런 가족들이 모처럼 섞이면서 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때이다. 요즘이 자기 편의를 우선시 하는 시대인 것은 맞다.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싶기도 하고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설 명절에는 떨어져 사는 형제와 가족들에게 집에서 모이자고 오랜만에 살가운 통화도 한번 해보자. 그런 다음엔 부모님집에 둘러앉아 함께 떡국을 먹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정겨운가. 오랜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가족들이 모여 이런저런 정담을 나눈다고 상상해보자. 그 풍경은 또한 명절날의 그런 즐거움들이 해외여행이나 편안한 휴식만 못하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바쁜시간 과거의 기쁨을 자꾸 외면하며 살아왔다. 이번 설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추억을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며 마음도 섞고 말도 섞여보자.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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