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우주의 기운이 단김 '동지'

필자는 역(易)의 이치에서 무(無)나 공(空) 이런 식으로 진도를 나가지는 않는다. 세사 일반에서 진리를 구하고 설파하는 명리가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자로 무 버려라 공 비워라 등 그런게 취향에 맞지 않는다. 지나치게 속되거나 혹은 선지식을 갈구하는 부류와는 별로 통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흥미조차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식물조차도 흉은 피하고 복을 더하고 싶은 환경은 자연의 본능이라 보는데 무엇을 버리라는 것인가. 길흉화복 역시 사람의 마음인지라 조상님 신중님들 부처님의 가피를 받고자하는 것이다.

설날보다도 더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하는 동짓날. 보통은 12월 22일이 동짓날인데 2016년은 21일로 하루가 당겨졌으며 드는 시간은 오후 7시44분이 된다. 보통 동지의 개념을 단순히 묵은 해의 액운과 다가올 새 해의 나쁜 기운들을 미리 방지하는 의미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동지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입동(立冬)절기가 들어서면서 거둬들일 수 있는 곡식과 과일은 거의 추수가 끝나고 산은 단풍으로 물들며 하늘은 차가운 기운으로 높아져 가니 땅은 건조해지고 바람은 삭풍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겨울을 날 채비를 마치고 동면에 들어가는 시기가 바로 동지 무렵이 된다. 식물들이 가지에 붙은 잎들을 모두 떼어내며 겨울을 맞는 것 역시 겨울을 나기 위한 방법이다. 동물들처럼 겨울잠을 잘 수는 없지만 식물들처럼 이파리를 떨쳐낼 수 없지만 인간이라면 겨울을 나는 방법으로써 한 해를 돌아보며 허물을 생각하고 마음을 겸허히 하면서 다가올 새 해를 맞는 준비를 하는 때가 바로 동지인 것이다.

보통 승가에서 동안거는 음력 10월 보름 때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출가 수행자로서 집중적인 수행에 전념하지만 일반 생활인으로서도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즈음해 반추와 사색의 시간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동지를 전후해 삼일이라도 조용히 묵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매우 요긴하다고 본다. 이처럼 동지팥죽을 쑤어 먹으며 하는 동지기도는 단순 액막이 기도를 뛰어넘는 세운(歲運)의 철학적 의미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운수(運數)에는 좋고 나쁜 것이 단지 상징으로 나타나 있지만 인사(人事)에의 적용에는 고비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사주명리학의 본 뜻이다.

삶의 굴곡과 장애는 그 수를 알면 오히려 기회가 됨을 뜻하는 것일 게다. 옛 사람들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동지를 새 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역사가 있었다. 우리 동이족의 옛 선조가 남긴 우주에 대한 지혜의 코드인 십간십이지의 조합으로 구성된 육십갑자를 근간으로 오고 가는 해의 기운을 살피어 마음의 눈을 밝힌다면 화는 줄이고 복은 증장될 수 있으리라. 하나 아쉬운 것은 입에 올리기 싫은 이름이지만 최순실이 권고해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해 ‘우주의 기운’이라는 말은 사용하기가 민망해진 감이 있다. 그러나 ‘우주의 기운’이란 말은 정신세계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참으로 심오한 말이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정신서인 ‘천부경’에 보자면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이라 하며 이 우주의 구성 존재로서 하늘과 땅과 인간의 삼위일체 조합을 얘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과 우주의 기운은 서로 감응하며 기운을 주고 받는 것이다. 참다운 이가 제대로 섭수하고 회향한다면 우주의 기운은 ‘홍익인간 제세이화’의 필수 조건임을 알게 된다. 참다운 우주의 기운에 누가 되지 않도록 각오를 다잡아본다. 동지를 맞으며 경건하게 가져본 필자의 단상이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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