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수험생 부모의 자세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상담을 많이 청하는 시기가 언제일까. 흔히들 대학입시를 앞둔 때라고 생각할 것이다.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물론 대입을 앞두고 상담 신청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 깊은 엄마들은 평소에 수시로 상담을 하러 오곤 한다. 어느 대학을 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공과목이나 진로방향을 정하고자 할 때 더 많이 찾아온다. 요즘 사회의 추세는 극심한 취업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두 가지로 보편적 요약될 수 있다.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시대이다 보니 처음부터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고 평생 어떤 일을 하며 사는 게 좋을까 고민한다.

그런 고민에 답을 주는 건 타고난 기질이다. 자녀가 공부를 잘한다고 무조건 법대에 보내는 건 옛날에나 듣던 이야기가 됐다. 아이들의 기질에 맞는 적성을 찾고 전공을 정하는 게 우선인 시대이다. 공부를 잘해도 법조계 분야의 공부를 싫어한다면 안 가는 것이 낫다는 게 요즘 부모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기질과 공부를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인수(印受)와 비겁(比劫)이 없고 신약(身弱)한 아이의 사주를 들고 온 부모가 있었다. 이런 사주는 남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어렵다. 사교성이 떨어지고 융통성도 부족하다. 공부를 잘해서 부모는 경영대를 보내려고 했지만 아이가 반발해서 상담을 청한 것이다. 아이가 원한 것은 국문과에 가서 글을 쓰는 것이었다. 결론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국문과로 보내라고 했다. 사주에 맞지 않는 경영대를 가서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보다 국문과에서 즐겁게 공부하는 게 길게 보아도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신강(身强) 사주에 관(官)이 없는 사주의 아이에게는 사회학과를 권했다. 아이의 성품이 천방지축이고 오만한 기운이 너무 강했다. 남의 생각은 할 줄 모르고 이기적이었으며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아이였다. 사회학과를 권한 것은 사회를 유지시키는 규율과 공익을 배우면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어서이다. 이런 아이가 법과대학을 가면 부정적인 면으로 법을 휘두를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로 중년 이후에 인생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타고난 사주와 기질을 이렇게 접목시키면 당장의 대학입시만 해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주 긴 안목으로 아이의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기회가 된다. 아이와 함께 상담을 청했던 변호사 아버지가 그런 경우였다. 아버지는 자기처럼 아이가 법대를 가기 원했고 아이는 고고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둘의 의견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이의 사주를 보니 역마정재(驛馬正財)사주였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정확하며 성실한 성품이다. 절대 허풍을 치지 않고 한편으로는 고지식한 면이 있는 사주이기도 하다. 상담 뒤에 아버지는 아이가 원하는 쪽으로 진학을 허락했고 아이는 장학금을 받고 미국 대학으로 유학까지 갔다. 부모나 아이나 모두 만족한 결과가 된 것이다.

대학교 진학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다. 아이가 어떤 공부를 잘 하고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으며 어느 쪽으로 가야 길이 더 크게 열릴지를 살펴봐야 한다.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길게 보는 게 우선은 중요하다. 생각과 욕심보다는 아이의 팔자에서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본다면 펼쳐질 삶은 백전백승이라할 수 있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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