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예언서, 정치적 활용… 믿어야 할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나라의 앞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며칠 전 이 혼란한 정국을 틈 타 일사천리로 체결한 한일군사정보 교류협약도 표면적인 이유 저변의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또한 국가에 큰 소요가 있을 때마다 우리 한국인들은 정감록이며 격암유록이며 여러 예언서를 언급하며 나랏일의 전개를 꿰어 맞춰보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옛적부터 우리나라에는 어떤 큰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이미 예언서에 언급되어 있었다며 호들갑을 떠는 경우도 있고, 실지로 예언서의 내용을 믿고 정치에 출마하거나 하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정도령(鄭道令)의 출현일 것이다. 정도령은 우리나라 예언서의 머릿격이라 할 수 있는 정감록에 나라를 구할 진인(眞人)으로 거명된 인물이다. 그러나 정도령이 반드시 정씨(鄭氏) 성을 가진 의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대종사는 계룡산 정도령에 대해 말하기를 정도령은 정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바른(正) 지도자들이 세상을 주장하게 됨을 이름이라고 했으니 오히려 이 해석이 설득력이 있다고 필자는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래 예언서는 역학에 달통한 수준의 인물이 직관과 혜안으로 기록했다고 여겨지는, 즉 격암유록처럼 저자가 확실한 예언서를 빼고는 나머지는 이렇게 저렇게 돌아다니는 얘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 지어진 예언서가 대부분이다. 설왕설래하던 여러 종류의 예언이 혼합되고 따라서 이미 유통되던 예언서를 참고한 흔적도 보여진다. 증산도에서 주장하는 미륵불이 지상에 내려와 이상세계가 열린다는 예언 역시 석가모니부처님이 생전에 말씀하신 용화미륵사상을 인용한 것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풍수설에 입각해 새 왕조가 일어난다는 정치적인 내용은 도참사상의 단골 소재이며,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 서로 교대할 거라는 주장은 이미 주역(周易) 사상에서는 일반적인 이론이다.

따라서 시대적으로 조선 중기를 넘어서서 영조 때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정감록은 세월을 지나면서 더욱 내용이 증가됐다. 이본이 많은 것은 누군가에 의해 계속 내용이 첨가됐음을 의미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정감록 뿐만 아니라 여러 예언서들은 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정치적, 사회적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 예언서 내에 관련된 내용을 암시하는 칠언절구의 구절들을 섞어 놓았다고 하는 가정은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그동안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무학비기이본에서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예언했다며 글을 퍼나르는 것도 보았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권자에서 내려오는 세 명의 군주를 예언했다는 것이다. 이미 최고 통수권자의 자리에 있다가 내려온 이들은 과거 정권에 이승만, 최규하 대통령이 있었으니 그 세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하나 재밌는 것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탄핵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는 누구도 무학비기이론을 얘기하지 않았다. 예언서의 내용도 결국은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일까?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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