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슈틸리케 감독, 눈부시게 찬란한 블랙홀 플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1. “손흥민, 구자철 등을 보유한 공격 2선이 한국 축구의 강점이다. 극대화해야 한다.”

#2. “플랜A는 점유율을 끌어올려 경기를 지배하는 것이다. 활동력이 왕성한 공격수가 필요하다.”

#3. “플랜A와 B의 논쟁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문전 30m에서의 세밀함이다.”

세 가지 발언 모두 울리 슈틸리케(62·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강조한 공격 전술이다. 공격진 전체가 정확한 패스를 구사해 콤팩트한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세 번의 발언을 세분화하면 강조하고 있는 전술의 중심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1의 경우 공격 2선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의 활용이 효과적이다. 그가 머리로 떨어뜨리는 세컨드 볼을 잘 활용한다면 손흥민 구자철 등 공격 2선이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5일 우즈케스탄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경기 막판 김신욱의 헤딩을 구자철이 슈팅으로 연결해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아시아 최종예선에는 분명 강력한 무기임을 증명했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플랜B’로 규정해버렸다.

#2는 슈틸리케 감독이 플랜A를 관철하기 위해 이정협(울산)을 선발하면서 강조한 발언이다. 우즈벡전 이정협 투입은 승리의 발판임은 분명하다. 그가 왕성한 활동력으로 190㎝가 넘는 우즈벡 중앙수비수 크리메츠와 이스마일로프를 지치기 했기 때문에 김신욱 투입이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이다. 김신욱 투입이 실패했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A는 철저한 실패로 끝났고,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도 날아갔다. 앞서 점유율에 중점을 두고 공격을 진행한 시리아(0-0무) 이란(0-1 패)전에서 0득점에 그쳤고, 우즈벡전에서도 플랜B를 가동하기 전까지 0-1로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더 이상 밑그림에 그치는 플랜A로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 A와B의 규정은 무의미하다며 문전 세밀함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5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마다 강조하고 있는 점이 달라지고 있다. 이미 세밀함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이정협이 아닌 정조국(광주FC)과 이동국(전북)을 선발했어야 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슈틸리케 감독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명확한 전술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정협을 선발하고, 김신욱을 플랜B로 규정하는 것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두고 ‘가타부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들을 선발해 분명한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활동력이 좋은 이정협을 선발해두고 ‘세밀함’을 강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실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하는 자리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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