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세상 비틀어보기] 최순실이 돌봐줬다는 연예기획사에 대한 소문

[스포츠월드=김용호 기자] 현실이 픽션을 압도하고 있다. 아니 픽션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기괴하다.

지난해 영화 ‘내부자들’을 본 관객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유력 일간지 주필이 정재계 유력인사들과 결탁해 대한민국을 주무른다는 설정이 꽤나 현실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중이 상상하는 고위층 음모론 그대로였다.

그런데 요즘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니 ‘내부자들’은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상상이었다. 그런 사회 고위층이 아니라 강남 아줌마, 전직 호스트, 뮤직비디오 감독 등이 국정을 결정하는 어둠의 권력 실세였다니. 한 정치인은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해 사교(邪敎·사이비종교)란 단어를 언급했다. 이쯤 되면 대중 입장에서도 충격적이다 못해 머리가 멍해진다.

그러다 보니 그간 대중문화계에서 황당한 설정이라 비웃음 샀던 몇몇 콘텐츠가 갑자기 ‘예언 작품’이라 칭송받으며 새롭게 조명되는 실정이다.

먼저 ‘특허받은 무당왕’이란 웹소설. 지난 7월부터 연재가 시작됐는데 전생을 볼 수 있다는 무당이 야망을 갖고 대통령이 될 대선주자를 뒤에서 조종한다는 내용이다. 워낙 황당한 설정이라 이전까진 딱히 주목받지 못 했다. 그러나 이젠 이 소설이 연재되는 인터넷 게시판엔 ‘성지순례 왔다’는 네티즌들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영화 ‘치외법권’도 화제다. 1조원 대 자산을 가진 사이비 종교 재단 교주가 대통령도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 비서실, 검찰, 경찰을 조종한다는 설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개봉 당시엔 지나치게 황당한 내용이라 혹평 받았지만 지금은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드라마 ‘밀회’ 속 정유라의 입시 비리 설정도 실제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논란과 무척 닮았다. 애초 인물 이름까지 같으니 작가가 무슨 신내림이라도 받은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이에 ‘밀회’의 정성주 작가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태민의 손녀가 학교에서 갑질을 하고 있다’라는 소문은 꽤 예전부터 돌았다고 한다.

연예부 기자를 오래하면서 온갖 풍문을 접했다. 그냥 듣기에도 전혀 믿음이 안 가는 황당한 얘기들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중엔 '신인배우 이지아가 서태지 부인이었대'란 제보도 있었다. 그때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며 단칼에 끊었다. 그 일을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다. 연예계 세기의 대특종이 ‘상식’과 ‘개연성’의 틀에 갇혀 휴지통으로 향한 것이다.

근래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이 정치계뿐 아니라 연예계에도 큰 입김을 발휘했다는, 꽤 그럴싸하게 정리된 ‘찌라시’가 SNS를 통해 돌고 있다. 그 안의 몇몇 문장은 팩트(Fact)에 기초했지만 전체적으론 허풍이나 생판 거짓이리라 판단하는 게 옳다.

그런데 진실이 그 이상일수도 있다. 놓쳐버린 서태지-이지아 특종처럼, 그리고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데도 도무지 믿기 힘든 저 황당한 대통령 비선실세 라인처럼. 이젠 무엇이 어이없는 헛소문인지 실제 직면한 현실인지도 선뜻 가늠하기 힘든 세상이다.

'정치권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인 사건을 이용한다’, 오래 전부터 흘러 다니던 음모론이다. 음모론이라 대놓고 칭하는 건, 연예언론 구조와 생리를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기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이젠 확신을 못하겠다.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한다. 이 음모론이 사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최순실씨 관련 특검을 한다니 기대해본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미 검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지금 SNS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음모론의 중심, 즉 최순실씨가 '돌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기획사에 대해서도 한번 조사가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이라면 이번에 혹시 검찰이 덮거나 외면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드러날 테니까.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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