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조민수 "4년 만의 복귀? 출연 제안이 안 오더라"

[스포츠월드=배진환 기자]

배우 조민수는 솔직했다. 영화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유에 대해 “하고 싶었는데 출연 제안이 없었다”고 꾸밈없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냥 쉬었다고 이야기하면 더 멋있어 보였을텐데”라고 대놓고 걱정하는 모습은 소탈해 보이기까지 했다. 거침없이 할 말을 다하지만, 예의 바르고 따뜻한 매력이 있는 여배우가 바로 조민수였다.

27일 개봉한 영화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극중 자윤(김다미)의 과거를 있는 알고 있는 박사 닥터 백 역의 조민수가 스포츠월드와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영화에 뛰어든 소감과 에피소드를 전했다.

-‘마녀’ 완성본을 본 느낌은.

“역시 ‘박훈정 감독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성있는 영화의 색채와 관련해선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더라. 영화를 볼 때는 ‘이 장면을 왜 넣은 걸까’라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지만 집에 와서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지 않았다면 너무 뻔한 영화가 나왔을 것 같더라. 대본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색깔이 나왔다. 감독님이 뭔가 1, 2부로 나눈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감독님이 작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집에서 생각해보니 의도를 알겠더라. 그런데 대중분들의 관점으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필요한 영화고 박훈정 감독님의 색깔이 묻어난 작품이라 생각했다.”

-이전과 달리 색다른 역할을 소화했는데.

“연기자로서 갈증이 있는 것 같다. 반복되는 캐릭터는 재미가 없더라.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마녀’는 일단 너무 재밌었다. ‘브이아이피’ 전에 ‘마녀’의 시나리오가 쓰였다고 들었다. 남자 역을 여자로 바꿨다는 이야기에, 누군가 나를 신뢰한 고마움이 먼저였다. 그 많은 배우들이 있는데, 게다가 애초에 남자로 배역을 썼으면 이미지로 체화된 것이 있었을텐데 나로 바꿨다는 고마움, 신뢰해줬다는 고마움이 들었다.”

-연기에 만족하는가.

“‘마녀’를 끝나고도 집에 와서 곱씹어보고, 또다른 닥터백을 표현해 보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연기에 만족이 없는 거다. 이번에는 갑자기 진이 딱 빠지더라. 나는 매번 왜 이럴까, 연기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뭔가 하면 막 신나야 하는데 심지어 지나간 것마저 신나지 않았다. 그런 고민에 빠져 봤다. 매번 하는 게 너무 힘들다. 하지만 완성해 놓고 보면 행복하다. 그런 행복 때문에 다시 하게 된다.”

-4년 만의 영화 복귀였다.

“그동안 작품이 없었다. 그냥 일이 없었다. 없으니까 안 하지 않았겠나. 쉬었다고 하면 멋있어 보일거다. 하지만 안 그렇더라. 좋은 작품 있으면 다 한다. 공백 때는 생각을 안 한다. 그런 고민하면 초라해질까봐. 그냥 잘 논다. 무조건 논다. 참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공백 때 놀고 일이 들어가면 고민이 시작된다.”

-천생 배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칠 때 내가 다른 걸 잘할 수 있는게 있나 떠올려 보면 없더라. 사실 나는 대중이 안찾아주면 연기를 안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그게 배우의 매력이며 단점이자 장점이다. 안 찾아주면 연기를 못한다는 불안감도 항상 있다. 연기하는 조민수와 생활의 조민수가 있다. 다른 연예인들이 자영업을 할 때 그것도 내가 할 수 있을까? 다른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게 두렵다.”

-보기 드문 여성 영화라는 평가가 있는데.

”여성 영화가 많이 없다는 불만은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직업이 다양해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제가 한창 일할 때 걸크러쉬는 검사, 판사밖에 없었다. 그 다음에 디자이너가 나왔다. 10년 뒤엔 그런 고민이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익숙해지면 된다. 그땐 일용직하는 여성들도 나오지 않겠나. 사회가 변하면 문화가 따라갈 거다. 요즘은 변화가 조금씩 느껴진다. 문화는 천천히 변한다.”

-박훈정 감독은 ‘마초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아니다. 나도 대본을 받으러 사무실 가서 깜짝 놀랐다. 이미지도 그럴 줄 알았는데 미소년 같은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내 생각인데 박 감독은 사람 사귀는 걸 쉽게 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걸 자기 나름대로 커버하는 방식일 뿐이지, 실제로는 되게 좋았다. ‘저 사람이 무슨 마초야’ 이렇게 생각했다. 연예를 해본 애보다 연애를 안 해본 애 소설이 더 야하고 좋다고 하더라.”

-주인공 자윤이 신인인데 조언을 좀 해줬나.

“아무래도 그 아이가 끌어가는 거기 때문에 잘 할 수 있게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내가 이런 저런 조언을 많이 할 수 없었다. 신인은 가끔 많은 이야기를 들을 때 헷갈려 한다. 그냥 감독님이 말이 맞다고 믿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원래 신인들이랑 할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내가 신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건 멘탈 붕괴되지 않게 뭔든걸 할 수 밖에 해주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 신인들은 다 잘해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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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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